
지금 이 자리까지 달려오게 한 힘이 있다면?
사실 저는 살기 위해서 움직였던 것 같아요. 저희 집은 제가 연기하는 걸 굉장히 반대했어요. 특히 아버지께서 많이 싫어하셨어요. 배우라는 직업이 늘 밖에 드러날 수밖에 없고 누구보다 힘든 길이라고 생각하셨기 때문에 더 반대를 많이 하셨던 것 같아요. 완벽주의 성향에 많이 엄하셨었는데 제가 그런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반기를 든 주인공이었죠. 그래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했던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이만큼 해냈다고 어떤 결과물로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죠. 만약 아버지가 살아서 이 모습을 보신다면 안아주셨을지, 어떤 조언을 해주셨을지, 기뻐하셨을지 궁금해요.
배우가 된 후 제일 행복했던 적과 제일 힘들었던 적을 하나씩 꼽는다면?
제가 느꼈던 게 가장 행복한 게 아닐 수도 있고, 또 더 행복한 일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어떤 오디션을 봐서 배역을 따냈을 때 오는 성취감은 정말 큰 것 같아요. 그리고 무대 위에서 내가 맡은 배역과 가까워졌다고 느껴질 때 오는 희열이 있어요. 무대라는 특성상 매번 그러지는 못하지만 그런 희열을 느끼면 행복하죠. 그날은 내가 느끼는 공기도, 시야도 달라요. 평소에 잘만 보이던 관객석도 제대로 보이지 않고, 무대가 하나의 다른 공간으로 분리되면서 캐릭터와 완전히 동화되었다는 느낌을 받을 때 정말 행복해요. 제가 표현하는 캐릭터를 보고 공감해주시고, 좋아해 주시는 팬분들을 보면 또 행복하죠. 팬분들께 정말 고마워요. 나라는 사람을 응원해주고 또 특별하게 만들어주시는 분들이거든요. 그래서 그분들을 보면 저도 행복해요.
힘들 때야 많죠. 안 힘들다는 건 거짓말일 거예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힘든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더 잘하고 싶어서 힘들고, 또 나 자신에게 만족할 수 없어서 스스로 채찍질을 하다 보면 더 힘들죠. 아무래도 배우라는 직업은 잡히지 않는 무언가를 계속해서 쫓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또, 제 마음과 달리 몸이 아프거나 할 때 정말 속상해요.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다 보니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관객들 앞에 섰을 때 너무 힘들어요.

주변 사람들이 지닌 장점을 꼽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어떤 점을 뽑아올지 말해주세요.
장점은 다 가져오고 싶죠. (웃음) 저는 ‘마이웨이’가 부족해요. 저도 어떻게 보면 앨런처럼 남을 먼저 돌아보는 성격인데, 정작 본인은 비어 있어서 허한 느낌을 종종 받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 있어서는 앨런이랑 저랑 많이 비슷해요. 행복하지 않은데, 남들이 봤을 땐 마냥 행복하게 볼 때가 있거든요. 전 아무렇지 않은데 말이 좀 없는 날엔 사람들이 와서 무슨 일 있냐고 물어봐요. 그럴 땐,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임준혁의 모습이 밝고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사람처럼 보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사실 저는 공허함을 느끼는 시간도 많은 사람이거든요. 그렇다 보니 자기 자신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고 있고, 자신감이 넘치고, 늘 긍정적인 사람이 부러워요. 겸손하지 않은 거랑은 다른데, 내면이 꽉 차 있는 사람이요. 본인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확실한 취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부러워요. 만약 고민이 있으면, 어떤 한 가지에 몰두해서 그걸 풀어나갈 필요가 있는데 전 그런 게 없거든요. 게임이나, 자전거나… 배우라는 직업은 감정을 정말 많이 소모하잖아요. 열심히 달려오다 보면, 어느 순간 저도 감정적으로 힘들거나 혼란스러울 때가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해소해야 하는데 아직 저만의 방법을 못 찾았어요. 또, 피 같은 휴일에, 시간은 흘러만 가는데 지금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 속상하죠. 쉬는 날 어떤 한 가지에 몰두해서 에너지를 회복할만한 일을 찾는 게 저의 숙제인 것 같아요. 저 스스로에게 확신을 좀 가지고 싶어요.
그럼 자신이 생각하는 본인의 장점은요?
저는 평범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더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배우로서의 장점인 것 같아요. 또, 웃는 얼굴과 안 웃는 얼굴의 갭이 있어요. 그래서 나중엔 양면성을 확실하게 잘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맡아보고 싶어요. 갭에서 오는 매력이 있기 때문에 기회가 온다면 꼭 해보고 싶어요. 이것도 매력 포인트인지는 모르겠는데 사람들이 저를 불편해하지 않는 것 같아요. 누굴 만났을 때 위화감을 조성하는 캐릭터는 아니라서 언제든 편하게 다가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평상시에 일상을 어떻게 보내세요?
사실 쉬는 날이 거의 없었어요. 집에 가만히 있기보다 밖으로 나가려고 해요. 맛있는 것도 먹으려고 하고, 카페에서 혼자 책을 읽는다든가, 영화도 보고. 남들이 많이 하는 걸 해요.
그럼 일상에서 자신만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있다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행복한 모습을 볼 때 행복한 것 같아요. 커피 한 잔을 사준다든가, 좋아하는 밥집에 데려가서 밥을 사준다든가. 그런 모습을 보면 저도 행복해요. 너무 앨런스럽나? (웃음)
처음 배우를 시작했을 때와 지금, 변하고 싶지 않은 점이 있다면?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발전하고 싶어요. 그게 감정이든 연기든 끊임없이 새로운 무언가를 얻고 싶어요. 연기를 잘하고 싶은 욕심은 항상 가지고 있지만 내가 연기를 이렇게 좋아했다는 걸 잠시 잊어버렸을 때도 있었죠. 연기를 처음 시작하고 배울 때부터 연기 자체가 좋아서 연습실에서 의식주를 해결하면서 보냈던 적이 많았었어요. 그래서 항상 처음의 그런 열정을 잊어버리고 싶지가 않아요. 늘 스스로 자극받고 싶기도 해요. 항상 재밌고, 새롭고 싶어요. 배우로서 지치고 싶지 않은 것 같아요.
달라진 점은 확실히 옛날보다 생각이 많아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그저 좋아서 달렸다면, 지금도 여전히 좋아서 달리고 있긴 하지만 미래에 대해서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됐어요. 20대 초반에는 그냥 내 앞에 놓여있는 것들만 열심히 하면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조금 더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이제 그런 것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는 나이잖아요. 그리고 주위 사람들과 가족들에게 떳떳한 사람이고 싶다는 욕심도 더 커졌어요. 남들보다 꿈을 빨리 찾았고, 또 그 꿈을 향해 빠르게 달렸다고 하지만 사실 제 주위에는 이미 저보다 더 먼저 성공하고 꿈을 이룬 친구들도 많이 있거든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잘 해내고 싶어요.
요즘의 가장 큰 고민이 있다면 그걸 이겨내는 방법.
지금 당장 내가 고민해도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내가 겪지도 않았는데 왜 고민하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빨리 떨쳐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누군가에게 들었던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거나 위로가 되었던 말이 있다면?
팬들이 준 편지로 위로를 많이 받아요. 저를 통해서 많은 위로를 받는다는 말을 봤을 때, 내가 찾지 못한 탈출구를 나를 통해서 찾은 것처럼 보일 때 오히려 제가 더 위로를 받죠. 그때 정말 행복해요. 또, 어머니가 뭐든 괜찮으니 확신을 가지고 하라고 이야기해주실 때도 위로를 많이 받아요.


올해 사소하게라도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꼭 여행을 가고 싶어요. 아예 휴양지로 떠나고 싶어요. 여행을 간지 좀 오래됐는데, 멀리 여행을 가면 그 순간만큼은 잊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가까운 곳에 가면 쉬고 있더라도 일 생각도 들고 나도 모르게 대본을 외우기도 하는데 비행기를 타고 멀리 가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해져요. 그럴 수 있는 시간을 꼭 가지고 싶어요. 아, 제가 사랑하는 사람 모두 안 아팠으면 좋겠어요. 아픈 게 제일 서러운 것 같아요.
10년 뒤의 스스로의 모습은 어떨 것 같은지?
너무 당연한 대답 같지만 계속해서 연기를 하고, 또 그로 인해 제가 행복해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10년 뒤니까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도 했으면 좋겠고, 안정적인 가정도 꾸린 상태였으면 좋겠어요. 맙소사. 또 너무 앨런 같았죠? 나도 모르게 많이 빠져있나? (웃음) 그리고 나에 대해서 더 확신을 가지고 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임준혁에게 관심이 있어서 이 인터뷰를 읽을 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인터뷰를 통해 앨런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더 가까워지고, <나쁜 자석>이라는 극에 좀 더 공감하면서 보실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를 바랄게요. 진심으로요! 어떤 일을 하든 그 일 안에 꼭 행복이 깃들어 있었으면 좋겠고, 스스로를 많이 칭찬하셨으면 좋겠어요. 잘하고 있다고, 사랑한다고 스스로에게 많이 이야기해주세요. 또, 어떤 걸 보시든 행복한 관극이 되셨으면! 스트레스받지 않고 행복하게 관극하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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