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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의 임준혁 ①



<해당 인터뷰는 작품 나쁜 자석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앨런이라는 인물 소개 먼저 부탁드려요.

제가 생각하는 앨런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네 명의 관계를 봤을 때 앨런이 늘 엄마 같은 역할인 것 같아요. 중간에서 중재를 하고, 끝까지 자기를 챙기기보다는 애들을 먼저 감싸 안으려는 모습들이요. 그런데 결국 그걸 들여다보면 그 행동들이 사실은 앨런이 본인을 위해서 선택한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회피가 될 수도 있고, 혹은 그 상황을 못 견디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행동을 한 걸 수도 있는 거죠. 그래서 앨런이 하는 행동이 짠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네 명의 친구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결핍이 있는데, 앨런은 그 결핍이 겉으로 드러나기보다는 속으로 감추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한편으로, 제가 생각하는 앨런은 바보인 것 같아요. 좋은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앨런처럼 행동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오히려 좀 더 솔직해야 하고, 더 다가가고, 더 이야기를 들어야 하고, 나를 더 드러내야 하는데 앨런은 그런 면에 있어서 서툴잖아요. 충분히 자기 모습을 그대로 보이고, 또 솔직하게 말했더라도 주위 친구들이 여전히 사랑해줬을 거라고 생각해요. 만약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했다면 앨런과 친구들 간의 관계가 좋게 이어지지 않았을까 싶어요.


대본을 읽으며 앨런과의 첫 만남은 어땠나요?

텍스트를 읽으면서 앨런을 처음 만났을 때는, 솔직히 이해가 잘 안 됐어요. ‘나와 접목되는 부분이 뭐가 있을까? 나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했는데, 머리로는 앨런의 행동들을 ‘아, 이럴 수 있겠다.’ 하고 이해했지만, 가슴으로 와닿는 부분을 찾는 게 힘들긴 하더라구요. 계속해서 앨런에게 ‘이렇게까지 한다고? 굳이 왜 이 정도까지?’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됐죠. 그런 부분들이 앨런을 이해하는 과정에 있어서 좀 힘든 것 같아요. 물론 이제는 제가 확신을 가지고 구축해놓은 캐릭터와 연결 짓고, 그걸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앨런은 공연마다 느껴지는 게 조금씩 다르거든요.


앨런을 연기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힘든 상황인데 웃어야 하고, 감춰야 하는 게 힘든 것 같아요. 내가 힘들고 슬픈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한 발 더 다가가서 친구들을 봐야 하는 것, 그 상황에서 슬픔을 드러내면 안 되기 때문에 숨겨야 하는 것, 친구들을 먼저 챙기고 위로해야 하는 게 힘들죠. 그래서 전 연기를 하면서 앨런의 중심이 텅 비어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자신이 꽉 차 있고 행복한 상태여야 남을 돌아보고, 또 그 사람에게 진정한 위로를 건넬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앨런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요. 자기 자신이 텅 비어있는데도 남을 챙기다 보니까 그 안에서 오게 되는 허무함이나 외로움은 남들보다 더 크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그런 부분을 표현하는 게 어려웠어요. 물론 남들에게 늘 자신을 다 보인다는 게 어렵긴 하죠. 저한테도 여러 모습의 임준혁이 있을 거예요. 인터뷰 할 때, 친구들을 만날 때, 혹은 동생들을 만날 때 보이는 모습이 다 다르긴 하겠지만 모든 걸 다 감추고 살지는 않거든요. 적어도 제가 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표현을 하는데, 앨런은 가장 소중한 친구들 앞에서조차 진짜 자기 모습을 숨기잖아요. 그런 모습을 표현하고 연기하는 게 어렵고 힘든 것 같아요.




강찬 배우님과는 이전 작품부터 오래 호흡을 맞추고 계시네요.

저희는 <베어 더 뮤지컬>에서 처음 만났는데, 동갑이라는 사실에 동질감을 느끼고 친해지게 됐어요. 서로 얘기를 나누다 보니까 분명 우리가 다르게 살아오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공통점도 많다는 걸 느꼈어요. 저희에게 처한 환경이 비슷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얘기도 많이 했죠. 성격은 또 달라요. 제가 할 수 없는 이야기를 찬이가 해줄 수도 있고, 각자 가지고 있는 포인트가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좋아요. 사실 사회에 나가서 ‘사람’을 얻는다는 게 힘들잖아요. 정말 친하더라도 같은 분야에 몸담고 있는 게 아니면 공감해줄 수 있는 범위가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전 앞으로 같은 길을 갈 수 있는, 소중한 사람을 얻었다고 생각해요. 매 작품마다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다’ 혹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을 함께 공유하면서 서로 힘이 되어주고 있어요. 시기 질투를 느끼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장점을 더 부각시켜줄 수 있는 친구가 아닐까 싶어요. 너무 좋은 친구죠. 사실 말로 표현 못 하겠어요. (웃음)


나쁜 자석 배우분들끼리 연습실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어쩌다 보니까 제가 처음으로 가장 형이더라구요. 찬이랑 저랑 바다랑 이렇게 셋이서. 사실 앨런은 다른 친구들이 가장 편하게 대해야 하는 캐릭터인데, 제가 제일 형이다 보니까 뒤통수를 때리거나 괴롭히는 장면들을 연기하면서 혹시나 불편해할까 봐 처음부터 저 스스로를 내려놨어요. 친구들에게 좀 더 편하게 대해도 괜찮다고 계속해서 얘기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공연 전에도 다들 절 ‘준혁이 형’이 아니라 극 중 친구들이 하는 대로 ‘야, 뚱땡아!’ 이런 식으로 부르면서 편하게 대해줬죠.

아, 그리고 연습실에서는 족구를 많이 했어요. 캐릭터가 9세, 19세, 29세를 왔다 갔다 하다 보니까 어린 나이를 표현하기 위해 에너지가 필요했거든요. 쉬는 시간이나 연습 전에 같이 족구를 하면서 몸을 풀었죠. 사실 전 족구를 굉장히 못 해요. 찬이도 못 했는데 하면서 좀 많이 늘었고, 승호는 원래부터 정말 잘했어요. 제 실력을 다들 잘 모르던 초반에는 가위바위보 해서 팀을 뽑을 때, 저를 가장 먼저 뽑았었는데 점점 제일 마지막에 데려가더라구요… (웃음) 다들 또래다 보니까 내기도 많이 했어요. 뭐만 하면 커피 내기, 밥 내기를 했는데 우연히 막내들이 참 많이 걸렸어요. 다들 가위바위보를 정말 못 해요. (웃음) 그래서 그 뒤로는 애들이 내기하기 싫어하더라구요.





상대 캐슷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점이 있다면?

폴은 우선 기현이랑 진혁이가 많이 달라요. 제가 느꼈을 때, 진혁이는 훨씬 감성적이고 기현이는 그와 달리 이성적인 것 같아요. 같은 폴이라도 진혁이는 감정이 겉으로 더 많이 드러나고, 기현이는 좀 더 냉철함이 느껴지는 편이에요.

프레이저도 둘이 다른데 이걸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네요. 9세 때 프레이저로 얘기를 해보자면, 승안이는 좀 더 대장 같고 바다는 좀 더 친구 같은 느낌이 있어요. 이런 이미지가 이후 프레이저와도 연결이 되는 것 같아요. 바다 프레이저의 19세, 29세 모습을 보면 그가 받은 상처를 표현할 때 더 여리다는 느낌이 들어요. 반면, 승안 프레이저는 좀 더 대장 같기 때문에 그보다 성숙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죠.

고든도 역시 말로 하려니 어려워요. 둘이 비슷하면서도 다른데 콕 집어내기가… 사실 둘의 전사는 비슷하겠지만, 찬 고든이 좀 더 겁이 많고 더 많이 무서워하는 것처럼 보여요. 재범 고든은 앨런과 비슷하게 자신을 잘 표현하지 않고, 숨긴다는 느낌이 많이 들어요.




나쁜 자석 중 19세 때에 관한 질문을 해볼게요. 앨런에게 고든은 어떤 친구였나요?

저는 사실 19세 때 프레이저가 떠나고 난 뒤에 앨런이랑 폴이 고든을 잘 챙겼을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프레이저와 고든의 관계만큼은 아니었겠지만, 투덜대면서도 잘 챙겨줬을 것 같아요. 고든이 사고를 치면, 앨런이 아빠의 도움을 받아서 그걸 많이 도와줬을 것 같거든요. 물론 앨런이 아빠에게 손을 벌리고 싶어 하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해요. 그 집안은 보수적이었을 것 같고, 또 어쩌면 굉장히 억압적이었을 것 같기 때문에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든을 도와줬을 것 같아요. 프레이저의 빈자리를 친구로서 어떻게든 채우려고 하는 거죠. 우리는 한 친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많이 도와줬을 거예요. 또, 또래 친구들처럼 같이 돌아다니면서 술도 마시고 그렇게 놀았을 것 같아요. 폴이나 앨런이나 자기 방식대로 고든을 사랑했다고 생각해요.


왜 앨런은 어금니를 자신의 이야기로 착각했을까요.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릴 때, ‘그때의 나는 이렇게 했을 거야’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사실과 다른 경우들이 있잖아요. 그때는 소중하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기억이 왜곡되고, 돌이켜 봤을 때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변하는 거죠. 앨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그때는 강아지와의 추억이 담긴 ‘잃어버린 강아지의 목줄’을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타임캡슐에 묻었는데, 2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그렇게 소중하다고 여겼던 기억조차 잊어버린 거죠. 처음 빠진 어금니를 묻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집 나간 강아지 목줄을 묻었다는 걸 알게 된 앨런을 보면서 우리 인생도 이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들도 세월이 지나면서 다른 기억으로 바뀌거나 그걸 잊는다는 게 참 슬픈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순수한 마음을 잃는 것 같기도 하구요.


장례식 이후에 왜 고든의 이야기 하나를 가지고 가고 싶어 하는지?

우리는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 그 사람을 기억하고 싶기 때문에 그를 떠올릴 수 있는 무언가를 남기고 싶어 한다고 생각을 해요. 앨런에게는 그게 고든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앨런에게는 이야기가 그런 존재였고, 프레이저가 고든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는 게 안타까웠기 때문에 프레이저에게도 이걸 나눠주고 싶다는 생각에 ‘너 이야기 몇 개 갖고 갈래?’라고 말하는 거죠. 앨런에게 이야기는 고든을 추억하고 기억할 수 있는 매개체인 것 같아요. 사실 이야기를 갖는다는 건 굉장히 추상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앨런이 순수함을 잃지 않은 캐릭터라는 걸 보여주는 소재라고도 생각해요.




이번엔 29세로 넘어와서, 그때 용바위에서 친구들을 기다리면서 어떤 생각을 하나요?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생각을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애들을 잘 마주할 수 있을까? 프레이저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가 만났을 때 어떨까? 애들이 꽃비 기계를 터뜨리면 좋아할까?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다고 믿는데, 이게 정말 가능할까?’ 이런 생각들이 차오르기 때문에 친구들을 기다리는 그 용바위에서 소리도 지르는 거죠. 아마 평소에도 답답할 때마다 용바위 위에 올라가서 소리를 질렀을 것 같아요. 용바위는 앨런에게 굉장히 편한 곳이고, 또 앨런은 마지막까지 그 자리를 지켜오던 친구니까요. 그렇게 혼자 소리 지르기도 하고, 또 웃으면서 자기감정을 털어내고 평소의 앨런으로 돌아오려고 했을 거라 생각해요.


앨런은 왜 꽃비 기계를 만들었을까요?

사실 앨런도 꽃비 기계를 팡 터뜨렸을 때,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가서 다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거든요. 그게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겠지만, 꽃비를 보면서 우리에게 행복한 순간이 있었다는 걸 다시 떠올릴 수 있을 거란 희망은 가졌을 것 같아요. 그 꽃비를 보면서 우리에게도 행복한 순간이 있었다는 걸 다시 떠올릴 수 있고, 그 아래에서 자기가 진짜 듣고 싶은 이야기를 물어볼 수도 있고, 또 결국엔 각자의 길을 가게 되더라도 각자 가지고 있는 응어리를 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을 것 같아요. 어쨌든 확실한 건 그 기계를 터뜨렸을 때, 친구들이 그 순간만큼은 행복해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 마음에서 기계를 만들었기 때문에 프레이저의 말을 들으면서 정말 상처를 많이 받아요. 물론 프레이저도 살기 위해서 하는 말이겠지만 그 말들이 앨런에겐 비수처럼 꽂히고 상처가 되죠. 또 어떻게 보면 앨런이 살려고 만든 것 같기도 해요. 저는 앨런이 런던에 놀러 갔을 때, 폴과 티나의 불륜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내가 그렇게 사랑했던 티나마저도 자기 곁에 없다고 느끼고, 꽃비 기계를 만들기 시작한 거죠. 그래서 본질적으로 생각해보면 사실 그 기계를 만든 건 본인을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하면 내가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만들었을 것이기 때문에 앨런이 죽지 않고 뭐라도 붙들고 살 수 있게 한 게 꽃비 기계였을 것 같아요. 그래서 꽃비 기계에는 낄낄이에 대한 죄책감도 들어가 있고, 친구들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매개체이자 동시에 앨런이 살기 위한 어떤 수단도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복합적인 것들이 다 담겨있는 물건이라 생각해요.


앨런은 정말 폴에게 진실을 듣고 싶어 하는지?

네, 폴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었어요. 폴을 용서하든 안 하든, 티나를 떠나든 안 떠나든 내가 사랑하는 친구가 솔직하게 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을 것 같아요. 그 말을 듣고 앨런이 어떻게 행동했을지는 또 다른 문제죠. 이건 참 어려워요. 듣고 싶어 했던 건 맞지만 그걸 듣고 앨런이 어떻게 행동을 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중요한 건 그 사실을 들었을 때, 앨런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을 것 같아요. 어떤 행동을 하게 되든, 그 결심을 내릴 수 있는 마음이 생겼을 거라 생각해요.


극 중 대사 '고향을 떠날까 했을 때' 왜 떠날 결심을 했었는지

모두가 떠났을 때, 앨런은 미친 듯이 일을 했을 것 같아요. 실연의 아픔을 잊기 위해서 정말 바쁘게 지내는 것처럼, 앨런도 그랬을 거라 생각해요. 그랬는데 마지막으로 붙잡고 있던 티나조차 자기 옆에 없다는 걸 알고 나선 마음이 정말 텅 비게 된 거죠. 사실, 앨런이 고든이 죽고 난 후에 계속해서 낄낄이를 잊지 못하고 추억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문득 생각이 나서 용바위에 올라갈 순 있어도, 늘 낄낄이를 떠올리면서 매일 슬퍼할 수만은 없잖아요. 그런데 티나 일이 있고 난 후에, 그렇게 잊고 살았던 기억과 슬픔이 한 번에 몰려온 거죠. 그때 떠날 결심을 했던 것 같아요. 이 ‘떠난다.’ 는 표현은 어떻게 보면 자살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현실을 견딜 수 없는 힘이 없었기 때문에, 용바위에 올라가서 이 지긋지긋한 곳을 떠나거나 낄낄이가 그랬던 것처럼 그 절벽에서 떨어져서 자살을 하겠다고 결심을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순간에 타임캡슐을 묻었던 게 생각이 난 거죠. 친구들과의 행복했던 때를 떠올리면서, 그 시기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고개를 들게 되고, 그래서 떠나지 못하고 꽃비 기계도 만든 게 아닐까 싶어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그 기억을 붙잡은 것 같아요.


꽃비가 터지고 나서 앨런은 무슨 생각을 할까요?

공연 때마다 느껴지는 게 다 달라요. 내 계획대로 흘러간 건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꽃비 기계가 터지고 친구들과 함께 그 꽃비를 맞으면서 드는 생각은 매번 다른 것 같아요. 어떨 때는 후련하기도 하고, 프레이저나 폴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낄낄이가 생각나면서 죄책감이 다시 피어날 때도 있고, 혹은 하늘정원이라는 동화를 들었을 때처럼 그 순간에 푹 빠져들 때도 있죠. 공연마다 느껴지는 감정이 늘 달라서 그 장면을 한 가지로 닫아두지는 않는 것 같아요. 아마 관객분들도 그럴 거라 생각해요.




그 이후 셋은 어땠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각자의 길을 갔을 거라 생각해요. 사실 알고 보니 폴의 아이가 아니라 정말 내 아이라서, 티나와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살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그게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앨런이라면 용서했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자꾸 제 생각이 겹쳐지면서 한 가지 결론을 내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어쨌든 셋은 각자의 길을 갔을 것 같아요.


정해 둔 결말은 없는 거네요.

그렇죠. 사실 리딩을 처음 했을 때, 이 이야기가 저에겐 참 어려웠어요. 그 안에 숨겨진 것들이나 캐릭터들 각자의 삶을 찾아가는 게 처음에는 힘들었던 것 같아요. 동시에 그래서 재밌기도 했고요. 저에게는 첫 연극이기도 하고, 제가 워낙 연기를 좋아하다 보니 텍스트로만 연기를 표현한다는 사실이 굉장히 행복했어요.


자신이 생각하는 자석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면 이런 극이다

저는 <나쁜 자석>을 시간여행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이 극을 준비하면서 나의 9세, 나의 19세, 29세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됐어요. 관객분들도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앨런에게, 그리고 임준혁 본인에게 친구란?

내가 기억하지 못 하는 혹은 내가 잊고 있었던 나의 소중한 것들. 기억이라는 건 나 혼자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모두가 공유하는 거고, 또 각자 그 모습이 다를 수도 있잖아요. 그렇게 나의 삶을 함께 기억해준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정말 오래된 친구는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처럼, 세월을 잊을 수 있게 해주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타임캡슐 같은 존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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