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 인터뷰는 작품 최후진술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후진술>의 윌리엄 셰익스피어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항상 하는 말이지만 셰익스피어는 작가이자 시인이죠. 자기 작품과 글에 대해 미쳐있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여러 가지 역할로 참여하잖아요. 결국에서 <최후진술>이라는 작품 자체가 크게 보면 윌리엄의 시나리오고 계획한 이야기 같아요.
재연에 이어서 삼연에도 참여 중인데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제가 놓쳤던 디테일들을 최대한 찾으려고 했고요. 그 과정에서 연출님과 여러 상의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작년에는 제가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던 상태였어요. 그래서 올해는 쉬면서 운동도 하고 피부 관리도 하고 무대에 섰을 때를 위해 계속 관리를 했고요. 그러다 보니 자신감도 찾고 좀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윌리엄 셰익스피어뿐 아니라 프톨레마이오스, 코페르니쿠스, 프레디, 밀턴 등의 여러 캐릭터를 함께 소화 중인데 다양한 멀티 역의 밸런스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최성욱 윌리엄의 중심 노선은 무엇인가요?
공통적으로는 갈릴레오에게 진실을 이야기하라는 자극을 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각자 캐릭터의 말투를 다르게 한다거나, 표정을 짓는 방법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지만 이 캐릭터들이 갈릴레오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같아요.
제가 표현하는 윌리엄이 따뜻하다고도 많이 말씀해주신 것을 전해 들었어요. 저는 모든 작품에서 캐릭터가 못되게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해요. 극 중 악역이라고 하더라도 약간의 정이 갔으면 하고요. 맡는 캐릭터마다 그런 요소를 좀 넣는 것 같아요. 이런 제 기본적인 성향이 묻어나서 그렇게 느껴주시지 않았을까 싶어요.
다양한 멀티 캐릭터 중에 더 애정이 가는 캐릭터가 있다면?
프레디. 저 초등학교 때 왕이 되고 싶었어요. 대통령도 아니고 왕이요. (웃음) 아주 어린 마음에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는 그런 이미지를 꿈꿨던 것 같아요. 말도 안되는 꿈이지만 프레디를 통해 조금이나마 이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저는 가수 경력도 있다 보니 프레디 솔로 넘버가 콘서트 적인 요소도 있어서 또 그런 면도 재밌고요. 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리는 것 같아요.

윌리엄이 최후 진술에서 증인으로 서면서까지 갈릴레이를 가이드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우선 제 해석은 윌리엄 자신을 위해서 그랬을 것 같아요. 물론 갈릴레오를 위한 마음도 당연히 있어요. 그런데 기본적으로 윌리엄은 내 글과 내 작품에 미쳐있는 캐릭터에요. 가사 중에 나오듯 글을 쓰는 일 때문에 아들의 세례식도 안 갈 만큼 글에 미쳐있다 보니 그만큼 자기 작품을 생각하는 마음도 각별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갈릴레오가 거짓을 말하게 된다면 내 글마저도 거짓이 되는 거잖아요. 그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최성욱 윌리엄의 TMI
윌리엄은 AB형인 것 같아요. 그냥 솔직하게 ‘야, 진실이 중요하잖아.’ 하고 바로 말하면 되는데 갈릴레오가 직접 느끼게끔 한 발 떨어져서 지켜보는 게 제 성격으론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4차원인가 싶기도 하고요. (웃음) 그리고 정이 굉장히 많은 친구이면서도 개인주의. 자기 작품과 자기 글이 우선이면서도 주변에 정은 많고, 그런데도 또 역시 내가 우선인… 이런 성격은 외동아들이지 않을까요. (웃음)
기억에 남는 참사나 에피소드
종종 공연에서 애드립을 주고받을 때가 있잖아요. 작년 일인데, 규원이 형이 갑자기 소품 책을 펴더니 저에게 ‘읽어 봐!’ 한 거예요. 너무 당황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윌리엄과 갈릴레오는 서로 국적이 다르잖아요. 그래서 ‘난 이탈리아어를 몰라.’ 하고 받아쳤던 기억이 있어요. 잠깐의 정적이 흘렀지만, 꽤 잘 받아친 것 같아서 기억에 남아요. 재밌었어요.
<최후진술>에서 새장을 얻기 위한 치열한 쟁탈전도 눈에 띄어요.
작년에 제가 새장을 되게 못 받았어요. 아마도 관객분들이 제가 비극 작가 하는 모습을 좋아해 주신 게 아니었을까. (웃음) 하도 못 받으니까 그러다 한 번은 최후진술 토크 콘서트에서 ‘새장을 받고 싶지만, 저는 노선을 정했다. 비극 작가를 보고 싶으면 제 회차로 오세요.’라고 자포자기식의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나요.
올해는 작년보다는 승률이 올라가서 반반 정도 같아요. 작년의 기억 때문인지 아직까지 받을 때마다 진짜 저에게 주시는 게 맞나 싶어요. ‘이상하다? 정말 저에게?’ 이런 생각으로 받고 있어요. (웃음)

본 페어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김순택 갈릴레오는 어떤가요?
형이 아직도 저한테 존댓말을 해요. 말 좀 놔 달라고 부탁 했었는데… 아니, 형은 지금 이대로가 좋다는 거예요! 그러다보니 석준이가 순택이 형한테 말 놓는 게 너무 부러워요. 형과 둘이 만나서 시간을 보내려고 데이트도 신청했었는데 선약이 있다고 해서 실패했어요. 형이랑 더 친해지고 싶어서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형! 저에게도 말 놔주세요! (웃음)
무대에서 형은 정말 엄청나요. 다른 많은 갈릴레오와도 함께 했지만 순택이 형은 또 다른 감정을느끼게 해주거든요. 제가 극 중에 감정을 잡아서 울어야 한다면 순택이 형의 갈릴레오는 그냥 알아서 눈물이 나오게 해줘요. 모든 문장 하나하나를 다 쪼개서 감정과 표현이 잘 들어가 있는 느낌이에요. 그러다 보니 저를 끌어내 주고 형과 함께하면서 계속 성장하는 것 같아요. 물론 다른 갈릴레오들도 엄청 많이 사랑하고 아낍니다! (웃음)
그 밖에도 함께 했던 갈릴레오가 많았는데, 어땠는지 한 마디씩 알려주세요.
희찬이는 유일한 동생이에요. 그리고 제가 처음으로 동생이랑 공연하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뭔가편하더라구요. 형들이랑 할 때는 좀 더 긴장되니까… 형훈이가 그나마 동갑이라 좀 편했고요. 희찬이는 동생이다 보니 형으로서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같아요. 그리고 너무 귀여워요!
형훈이는 유일한 동갑이에요. 친구라서 그런지 작년에 형훈이랑 할 때 가장 편했어요. 그리고 또 배울 게 너무 많은 친구예요. 그 친구가 노래하는 스타일을 제가 너무 좋아해서요. 그런 걸 보면서 배우고 싶고. 동갑이면서도 자극제가 되는 친구예요.
승현이 형은 정말 정신적 지주예요. 무대 위에서도 그렇지만 평소에 인생 상담을 많이 해요. 연기적인 조언부터 배우 생활에 대한 불안까지 형에게 다 털어놓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럼 형은 툭툭 던지듯이 답을 내주시는 게 그게 또 그렇게 위안이 돼요.
그리고 재연 때 함께 했던 규원이 형. 그 형은 진짜 고마운 형이에요. 저를 계속 짝꿍으로 생각하고 챙기려고 해요. 먼저 전화도 오고요. 먼저 챙겨줄 때가 많아서 그게 정말 고마워요.
<최후진술>에서 해보고 싶은 이벤트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갈릴레오요. 사실 이번에 갈릴레오로 제의를 주셨는데 거절했어요.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긴 했지만 이미 참여했던 작품에서 맡았던 캐릭터를 바꿔서 한다는 것에 대한 자신이 없더라고요. 차라리 윌리엄을 한 번 더 맡아서 좀 더 완성도 있게 채워보는 게 저한테 좋을 것 같았어요.
그래도 탐이 나는 장면이 있다면 역시 그지돈. ‘그래도 지구는 돈다’ 넘버인 것 같아요. 가장 짜릿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 넘버에서 원고를 확 던지는 장면 있잖아요. 그 부분이 정말 후련하게 느껴져서 해보고 싶어요.

<최후진술>을 통해 얻은 목표
제가 이렇게 많은 넘버와 대사를 맡아서 하는 게 <최후진술>이 처음이에요. 그러다 보니 배우로서 성장한 부분도 크고요. 목표가 있다면 이런 소화력을 기반으로 다시 또 사람이 많이 나오는 극에 출연해서 적용해보고 싶기도 해요. 내가 얼마나 늘었는지 확인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본인에게 <최후진술>이란?
저를 성장시켰죠, 작년의 첫 공연이 아직도 기억나요. 올라가야 할 무대가 너무 숨이 막히고 부담되더라구요. 그 떨림들과 부담감을 지나서 무대에 서는 동안 조금씩 사람들이 저를 받아주고, 관심을 가져주고, 차츰 저를 많이 예뻐해 주시는 모습을 보고 들으면서,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조금 이겼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후진술을 하고 나니 그 어떤 작품을 가도 풀 죽어 있지 않을 것 같은 담력도, 실력도 키워진 느낌이에요. 저에게는 정말 고마운 작품이에요.
마지막으로 관객분들에게 한 마디
최후 진술이 이번 공연을 마지막으로 휴식기가 길 거라고 들었어요. 한동안 만나기 어려운 작품이 되겠지만 그래도 최후 진술을, 윌리엄 셰익스피어라는 캐릭터를 떠올릴 때마다, 최성욱이라는 배우가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어요. 이 작품으로 인해서 많이 관심 가져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한 분 한 분 제가 직접 찾아가서 인사드리고 싶은 마음이 항상 들어요. 관객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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