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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려원에 대하여 ①



<루드윅>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연출님이 <블루레인>을 한 다음 꼭 같이 하자고 하셔서 하게 됐어요. 사실 처음에는 어떤 캐릭터인지 잘 몰랐어요. 연출님께서 “베토벤의 이야긴데, 여성이 나오고, 서로 사랑하는 관계는 아니다”라고만 하셔서 호기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그리고 연출님이 아무래도 배우도 함께하고 계시고, 또 연출이나 극적 성향이 모든 캐릭터에 전사가 있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베토벤이 주인공인 이야기긴 하지만 그 속에서 마리라는 캐릭터의 존재가 커지지 않았나 싶어요.


극 중 마리는 실존 인물이 아닌 가상의 인물인데 어떻게 캐릭터 구축 했는지 궁금해요.

대화를 많이 했던 거 같아요. 이 시대에 자기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남장을 했던 여자가 많았대요. 마리가 베토벤 집에 처음 왔을 때 어떤 캐릭터인지에 대해서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 처음에 봤을 땐 전형적인 여성 캐릭터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연출님이 ‘빨강머리 앤’ 같은 캐릭터라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앤은 굉장히 감성적이고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하고 꿈이 있는 독특한 아이잖아요. 처음에는 그런 앤 같은, 혹은 <사랑은 비를 타고>의 미리 같은 캐릭터 느낌을 원하셨어요. 처음 베토벤 집에 갔을 때는 거기에 초점을 두다가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이 사람이 어떻게 변했을지’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처음 등장했을 때, 15년 후에 다시 왔을 때, 그리고 십몇 년 후에 수녀가 된 모습을 좀 더 자세히 표현하고 싶었어요. 다른 언니들보다 이런 표현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 같아요.


마리에게 베토벤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저는 마리에게 베토벤에 대한 팬심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혹은 ‘뮤즈’요. 베토벤이 실제로 여자, 남자, 혹은 신분의 차별 같은 것들을 안 좋아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분이 쓴 음악을 들었으니, ‘난 할 수 있어.’ 이런 생각이 절로 들었을 것 같아요. 너무 멋있고 대단한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니까 나중에 베토벤에게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하게 됐을 때 좀 힘들었어요. 아무리 나에게 뭐라고 했다고 한들 그렇게 평생을 좋아한 사람인데, “그건 틀렸어요.”라고 말하는 게 제 성격으론 좀 어려웠죠. 저는 뒤에서 혼자 울지언정 앞에서 직접 “네가 뭐 그렇게 잘났어!” 같은 말은 잘 못 하는 성격이에요. 하지만 마리는 저와는 다르게 할 말을 하는 당당한 사람이구요. 그래서인지 관객분들은 엄청 속 시원해 해주시더라구요. 그래서 ‘내가 당신 음악만 믿고 여기까지 달려왔는데 그런 말을 해? 그럼 난 누구에게 기대야 하지’와 같은 감정을 잘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관객들이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 그 부분인 것 같아요. 마지막에 마리는 수녀가 되잖아요. 왜 그런 선택을 했다고 생각해요?

초반에는 대본에 ‘마리가 어떻게 수녀님이 됐는지’에 대한 내용이 있었어요. 박람회장에서 퇴짜를 맞고 나왔는데 신부님에게 ‘아이들을 한 번 가르쳐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은 거죠. 그리고 그 시대에는 여성들이 배울 수 있는 학교 같은 곳이 없었기 때문에 수녀원이 그나마 자유로운 곳이었대요. 수녀가 되고 싶어서 수녀가 됐다기보다는 아이들을 마음껏 가르칠 수 있는 곳이 수녀원이라서 수녀가 된 거죠. 마리의 선택을 보고 상처받거나 실망하신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 그 시대에는 그게 오히려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여성 최초의 건축가가 되었다’는 결말로 갔다면 극적으로 해피엔딩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사실적이지는 못 한 거잖아요. 마리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요.


그럼 마리의 최종적인 목표는 뭐였을까요.

최종적인 목표는 건축가가 되어서 책도 쓰고, 사람들의 인생이 담긴 집을 만드는 거였겠지만 현실적인 꿈을 다시 생각한 게 아닐까 싶어요. 어릴 때부터 20년간 꾼 꿈이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허황된 것으로 생각했을 것 같아요. 내 모습 그대로는 그 꿈을 이룰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새롭게 현실적인 꿈을 찾아간 거죠. 아예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나 대신에 꿈을 이뤄줄 후학을 양성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세상과 아예 담을 쌓고 모든 것을 포기한 선택은 아니었는데, 그런 식으로 보일까봐 걱정도 들어요. 그런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금도 꿈을 꿔요”라는 대사에 힘을 줘서 말하고 있어요. 또 제 디테일 중 하나가 “여학생들도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이곳에서 고등 수학을 가르치면서요.”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 한 단어로는 다 표현이 안 되긴 하지만 꼭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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